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작가(사진)가 10일(현지 시간)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평가받는 ‘톨스토이 문학상(야스나야 폴랴나상)’을 수상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독립을 위해 싸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로, 같은 날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 이어 한국의 ‘아픈 역사’를 다룬 문학 작품이 또 한 번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어로 번역된 소설 중 김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톨스토이 문학상은 세계적인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휴머니즘과 문학성을 기리고 러시아 문학의 발전을 위해 제정됐다. 또 2003년부터 삼성전자가 후원하고 있다.
김 작가는 최종 후보에 오른 10명 가운데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올가 토카르추크 작가를 제치고 영광을 안았다. 김애란, 정이현 작가가 톨스토이 문학상 후보로 오른 적이 있지만 한국계가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튀르키예 오르한 파무크, 중국 위화(余華) 작가 등이 있다.
2021년 발표된 ‘작은 땅의 야수들’은 김 작가의 데뷔작으로 이듬해 국내에도 출간됐다. 일제강점기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여성 옥희를 주인공으로 굴곡진 근대사를 유려하게 풀어냈단 평가를 받는다. 1987년 인천 출생인 김 작가는 아홉 살 때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민 갔으며, 프린스턴대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한 뒤 출판사에서 일하다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파벨 바신스키 톨스토이 문학상 심사위원은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톨스토이 소설에 비견될 만큼 투명하고 성숙한 완성작”이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국내 출판사 다산북스를 통해 “우리의 유산인 호랑이가 한국 독립의 상징인 걸 세계적으로 알릴 기회였다”며 “한국 문화와 역사의 긍지를 높일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