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올 8월 6일부터 우크라이나에 빼앗겼던 남부 쿠르스크주 영토의 약 절반을 탈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쿠르스크주 수자 일대를 점령한 후 이를 기반으로 러시아에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영토를 반환하라”고 주장하려 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승리 계획(Victory plan)’에 상당한 차질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쿠르스크주에 투입된 러시아 특수부대를 이끄는 체첸공화국 고위 사령관 압티 알라우디노프 소장은 15일 “약 5만 명의 병력이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고 있다. 적군이 점령한 영토의 절반가량이 이미 해방됐다”고 주장했다. 14일 미국 전쟁 전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러시아군이 빼앗긴 쿠르스크주 영토의 46%를 탈환했다는 시각적 증거를 확인했다며 러시아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앞서 12일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쿠르스크주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전선을 뚫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을비로 쿠르스크주 일대의 땅이 진흙탕으로 변해 우크라이나군보다 더 많은 궤도 차량을 운영하는 러시아군이 유리해졌다는 것이다. 일반 차량은 궤도 차량과 달리 진흙을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어선이 지켜지고 있다”며 줄곧 이를 부인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일 서구 주요국을 돌며 더 많은 무기를 지원하고, 서방이 이미 지원한 장거리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쓸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앞서 10∼11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유럽 4개국 순방길에 올라 자신의 승리 계획을 설명하고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비슷한 발언을 하기로 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북동부 격전지 내 요충지를 추가 점령하기 위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부 도네츠크주 토레츠크의 약 3분의 2를 이미 러시아군이 점령했다고 보고 있다. 북동부 하르키우주의 철도 요충지 쿠피안스크 일대 주민에게도 15일 대피령이 내려졌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