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김 여사가 시세조종 범행을 공모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주가조작 주범들에 대한 1심 판단 직후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과 유사해 대통령실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에 대한 1심 판결 직후인 지난해 2월 14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수십 명을 강도 높게 조사했으나, 김 여사와 주가조작 관련 연락을 주고받았거나 공모하였다고 진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도 17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여사가 주범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다”며 “시세조종 관련자 중 김 여사가 범행을 공모했거나 주가관리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등의 진술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입장문과 사실상 같은 내용인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주가 조작 의혹은) 전혀 몰랐다. 결혼 전의 일”이라며 “수천 만 원의 손해를 봤다”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대선 캠프도 계좌 내역을 공개하면서 “(김 여사가) ‘주식전문가’로 소개받은 사람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회수한 것이 사실관계의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검찰은 또 “(주가 조작) 주포들은 김 여사에 대해 ‘권 전 회장에게 활용된 계좌주’ 정도로 인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통령실이 입장문 중 “(김 여사가)‘매수를 유도’당했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는 표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실은 또 지난해 입장문에서 김 여사와 비슷한 역할을 한 전주(錢主) 손모 씨에 대해 “김 여사보다 훨씬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손 씨의 경우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며 “같은 논리면 ‘3일 매수’로 주가조작 관여 사실이 인정될리 없다”고 밝혔다. 검찰도 17일 “손 씨는 전문투자자로서 2차 주포 요청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며 직접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며 “김 여사에게는 이런 사정이나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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