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이 이기흥 체육회장(69·사진)의 3선 도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지나친 개입을 삼가 달라’고 요구했다.
체육회 노조는 18일 성명서를 통해 “(체육 개혁) 시작은 이 모든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한 이 회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차기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질서 있게 퇴진하는 데 있다”면서 “이 회장이 불합리한 꼼수를 통해 연임에 도전하기보다 진정한 체육 개혁의 움직임에 길을 열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회장은 기본적으로 재선까지만 가능한데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하면 3선 도전이 가능하다. 다만 스포츠공정위 선임 권한이 회장에게 있어 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는 2020년 재선에 성공한 이 회장이 체육회 재정 규모를 2700억 원에서 410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성과를 이룬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공적은 이 회장 혼자 힘으로 이뤄 냈다기보다 여러 체육인의 협력과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리더의 대외적 위상이 올라갈수록 민주적인 소통 구조는 사라지고 정확한 선임 절차와 역할을 알기 어려운 특별보좌역을 비롯한 각종 비선들의 입김이 점차 거세졌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계속해 “이 회장은 8일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도 구체적인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하지 못해 공허할 뿐이었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문체부를 향해서는 “문체부가 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2016년 무리하게 통합한 뒤 만든 선거 제도로 당선된 사람이 결국 이 회장”이라면서 “우리는 체육 개혁 동참 차원에서 정부 부처와 협력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문체부가 포퓰리즘에 편승해 ‘말 잘 듣는’ 체육회를 만들기 위해 권한을 남용한다면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