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인기(드론)가 북한 평양 상공에 세 차례나 침투한 것과 관련해 군·정부 당국이 “우리 영공에서 북으로 넘어간 무인기는 없었다”고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직접 무인기를 날려 “반공화국 선동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는 북한 주장과 달리 우리 당국은 북한에 보낸 사실 자체가 없고, 우리 민간단체 등이 한국에서 날린 무인기 항적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당국은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평양에서 발견된 무인기 잔해 사진까지 19일 공개한 북한은 우리 군에서 운용하는 무인기와 동일 기종이라며 한국 당국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2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군·정부 당국은 북한이 무인기가 평양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시점(이달 3, 9, 10일)은 물론 이달 전체를 대상으로 항공기 항적을 집중 추적·분석했다. 그 결과 한국 상공에서 북으로 넘어간 무인기는 전혀 없었단 결론을 내렸다. 합동참모본부는 물론 각 일선 부대 등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 등 평양 ‘심장부’가 뚫리자 우리 군이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을 띄워 북으로 날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최전방인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양까지는 직선 150km, 왕복 300km 거리인데 이 거리를 오갈 수 있는 상용 드론이 드문 만큼 군에서 날렸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 하지만 정부에 따르면 우리 당국은 날린 사실이 없고, 우리 상공에서 날아간 무인기도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정전협정 위반 등 리스크를 감수하고 굳이 무인기로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군·정부 당국은 이번 무인기 사태가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개정한 헌법에 “대한민국은 적대국”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켜온 북한이 무인기 침투까지 조작해 그 적개심을 더 끌어올리려 했다는 것.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를 위해 대규모 파병을 결정한 만큼, 그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고조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정부는 북-중 접경지역 등에서 북한에 반감을 가진 세력 등이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띄웠을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19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군부깡패들의 중대주권침해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매체는 ‘추락된 무인기 사진’이라며 우리 군이 운용하는 것과 외형이 유사한 무인기 사진까지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창설된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가 보유한 ‘원거리정찰용소형드론’이라며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됐던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우리 군 소식통은 “얼마든지 우리 무인기 외형만 복제해 던져 놓을 수 있는 것”이라며 북한 주장을 일축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