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84)가 소설가 한강(54)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며 동아일보에 글을 보내왔다. 르 클레지오는 e메일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통해 “한강의 문학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기에 노벨 문학상 수상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강은 한국의 문학적 유산을 다시 아주 새롭게 만든 신세대 소설가”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생존 작가 중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 문장을 쓰는 것으로 평가받는 르 클레지오는 ‘조서’(1963년), ‘홍수’(1966년), ‘사막’(1980년) 등을 통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빛나’를 집필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가 보내온 e메일 전문.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열정적인 환호를 보냅니다. 나는 그의 문학을 처음부터 지켜봐 왔기 때문에 스웨덴 한림원이 한강에게 보인 경의는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김애란, 백가흠, 안영실, 조경란, 박찬순, 김연수, 최진영, 윤성희, 편혜영 등과 더불어 한국의 문학적 유산을 다시 아주 새롭게 만든 신세대 소설가입니다. 이화여대 강연에서 한강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가 한국전쟁의 영향을 받은 이승우, 황석영 등 이전 세대와 자신(그리고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대부분)이 다른 이유에 대해 설명해줘서 매우 흥미로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한강은 (자신의 작품 집필이) 근대성에 물든 사회, 자기중심적이고 폭력적인 도시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주된 투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쟁의 잔인함에 대한 원한과 같은 한국의 ‘한(恨)’이라는 감정을 파고들었던 내게 한강과의 만남은 매우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김애란 등 다른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강의 유머 감각은 한국 작가들의 서사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나는 서울에서 가르치는 것이 매우 즐거웠고, 가족의 가치와 전통을 존중하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한국 문화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다음에도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김기윤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