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실라 킵투(26·사진)가 2024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개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킵투는 19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대회 국제 엘리트 남자부 42.195km 풀코스 레이스에서 2시간12분35초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 국제 남자부에는 2시간5분26초의 아브라힘 킵툼(35·케냐) 등 2시간 5∼7분대 개인 최고 기록을 가진 선수만 10명 있었다. 킵투는 개인 최고기록이 올 3월 로마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8분9초로 국제부 19명 중 최고기록 순서대로 주어지는 배번이 12번일 정도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킵투는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로 정상에 올랐다.
30km까지는 킵투를 포함해 10여 명이 선두 그룹을 형성해 달렸다. 이후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고 39km를 지나면서는 킵투와 로버트 킵코리르 쾀바이(39·케냐)만 남았다. 쾀바이를 뒤따라 달리며 힘을 아끼던 킵투는 결승선이 있는 경주시민운동장 앞 황성공원로에 진입하자마자 속도를 높였고, 마지막 30초간 전 속력으로 달려 쾀바이(2시간12분40초)를 5초 차로 따돌렸다.
킵투는 “나보다 기록 좋은 선수가 많아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30km를 지나고 선두그룹이 추려지는 과정에서 몸 상태가 좋아 우승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1년 풀코스에 입문한 킵투는 7번째 도전 만에 첫 우승을 맛봤다. 킵투는 “그동안 2, 3등만 하다 1등은 처음이다. 언젠가는 나의 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계속 뛰었다. 너무 행복하다. 몸을 잘 관리해 내년에도 돌아와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킵투는 케냐 선수들의 마라톤 훈련 캠프가 모여 있는 엘도레트에서 훈련하고 있다. 해발 2100m인 고산지대인 이곳은 ‘챔피언의 집’이라 불린다. 이곳과 멀지 않은 캅사벳 출신인 킵투는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40)를 보며 마라토너를 꿈꿨다. 킵초게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연속 우승한 선수로 2018년, 2022년 베를린마라톤에서 두 차례 세계 최고기록을 세웠다.
마스터스 참가자 1만2000명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경주에서 풀코스와 하프코스, 10km, 5km 코스를 달리며 가을 마라톤 축제를 벌였다. 이날 레이스 초반에는 비가 내리는 등 흐린 날씨가 이어졌지만 레이스 출발 시간인 오전 8시 기온이 섭씨 20도로 비교적 따뜻해 참가자들은 추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었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박봉수 경주경찰서장, 이동협 경주시의회 의장,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출발지에서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