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앞서 15일 TNT 폭약으로 폭파했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중 동해선에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기 위한 구조물 설치 작업까지 진행 중인 모습이 우리 군 감시 자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파 도발’로 휴전선과 접한 도로 일부를 없애버린 데 이어, 그 자리에 아예 방벽을 쌓아 남북을 물리적으로 단절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23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동해선 도로를 폭파한 북한은 그 직후 잔해를 정리한 뒤 이번 주부턴 본격적으로 구조물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구조물은 콘크리트 방벽의 뼈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며, 구조물이 최종 완성되는 대로 콘크리트 타설 등을 통해 방벽 설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이날 동아일보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확인 결과, 동해선 폭파 현장에는 북한군 100여 명에 트럭 굴착기 등 중장비까지 동원돼 구조물 설치로 추정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앞서 군 당국은 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했을 당시 “도로를 제거한 지점에 콘크리트 방벽을 세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군 당국은 북한이 동해선에 이어 경의선 폭파 지점에서도 조만간 방벽 건립 사전 작업인 구조물 설치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올해 안에 방벽으로 도로를 아예 막아버리는 조치가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이 한때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통하던 도로에 방벽 설치 사전 작업까지 하는 등 단절 작업에 나선 건 내부 불안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군 안팎에선 러시아로의 대규모 파병 등으로 내부 동요가 심각해져 탈북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그 루트를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군 관계자는 “경의선과 동해선은 북한이 다시 남침할 경우 병력과 전차 등 전력이 이동할 주요 기동로이기도 한데 이를 폭파를 넘어 방벽까지 설치해 스스로 막아버리는 건 그만큼 불안이 높다는 증거”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