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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적 갈등 없이 의사 늘리고 필수·지역 의료 살린 나라들

자해적 갈등 없이 의사 늘리고 필수·지역 의료 살린 나라들

Posted October. 24, 2024 09:21,   

Updated October. 24, 20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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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한 것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다. 생명과 직결된 분야의 적정 의료진 확보와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는 모든 나라의 주요 의료 정책 목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미국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그 어느 나라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처럼 자해적인 의정 갈등을 겪지는 않았다. 합리적 보상 체계로 의사 쏠림을 방지하고, 지역별 진료과목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해 점진적으로 늘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필수의료 의사를 파격적으로 대우하는 나라다. 전문의 연봉 1, 2위는 신경외과와 흉부외과로 평균 연봉이 각각 10억5400만 원, 9억9500만 원이다. 이른바 ‘피안성정(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으로 불리는 비필수 분야가 연봉 상위를 휩쓰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미국 필수과 전공의 충원율은 흉부외과 100%(한국 38%), 산부인과 99.6%(63%), 소아청소년과 91.8%(26%)다. 미국은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의사과학자도 안정적으로 배출해 글로벌 제약 시장을 주도하는데, 의사 연봉에 맞먹는 보상 체계를 운영하는 덕분이다.

일본은 지역 의사 공백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는 대신 취약 지역에 9년간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로 메운다. 2008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전 나가사키현에서 38년간 시범 운영하며 보완한 것이 제도가 안착한 비결이다. 고령화를 앞서 경험한 일본은 의대 증원도 일찍 시작해 최근 17년간 23% 늘렸다. 독립적 의사추계기구를 두고,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늘리는 것은 모든 나라가 따르는 공식이다. 캐나다는 의대 정원 3150명 늘리는 데 20년이 걸렸다.

한국의 의대 증원은 거꾸로였다. 미용의료와 수도권 쏠림을 조장하는 보상체계를 바로잡기보다 의대 증원부터 했고, 증원 규모를 정해놓고 뒤늦게 추계기구를 설립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에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했고,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의대가 대폭 증원되면서 서울 지역 의대와의 초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성비 좋은 한국 의료가 정책 실패로 붕괴를 눈앞에 둔 처지가 됐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일부 의사 단체의 참여로 곧 가동될 전망이다. 의대 증원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 온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