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일본을 맡길 수 없습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다시 한 번 일본을 강하고 바른 나라로 이끌겠습니다.”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나흘 앞둔 23일 오후 1시경 이바라키현 미토시 미토역 앞 공원.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120km 떨어진 수도권 끝자락 도시다.
이 지역구에 출마한 집권 자민당 4선 다도코로 요시노리(田所嘉)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가 유세 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이바라키현과 도쿄와 경계를 맞댄 지바현을 돌며 ‘수도권 표심 잡기’에 나섰다.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궂은 날씨에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원, 육교, 거리를 메웠다. 이시바 총리는 야당에 대한 비판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야당은 정권 교체가 정치 개혁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정권을 만들겠다는 겁니까? 어느 당과 힘을 합쳐 어떤 정책을 하려는지 전혀 모릅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은 단독 과반은커녕 연립여당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날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정적’이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자주 쓰던 “악몽의 민주당 정권”이라는 말까지 꺼내 들었다. 강하게 야당을 비난하며 자민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리 유세에 앞서 연설을 한 현 의회 의원도 “야당이 정권 잡으면 일본공산당과 손잡을지 모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얼마나 굼떴는지 잊지 않으셨죠”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신의 강점이면서 안정을 추구하는 여당 성향 유권자들에게 먹힐 ‘안보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합니다. 러시아, 중국, 북한, 핵무기를 가진 독재국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일본의 독립과 평화를 지켜야 합니다.”
앞줄에서 30분 넘게 이시바 총리 등장을 기다리며 유세를 들은 70대 여성은 “비자금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일본을 지킬 수 있는 건 자민당밖에 없다”며 여당을 찍겠다고 했다.
50대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성은 야당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물가가 이렇게 올라갔는데 여당은 어떻게 경제를 살릴지 제대로 된 약속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역 앞에서 만난 한 청년 남성은 어느 당을 지지하냐고 기자가 묻자 “정치는 관심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바쁘게 걸어갔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자민당에 긴급 통지문을 보내 “죽기 살기로 전국을 뛰겠다”며 긴박감을 감추지 않았다. 총 465명을 뽑는 일본 총선 투개표는 27일 치러진다.
미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