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새벽 30번째 오물 풍선을 살포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대남 전단(삐라)을 대량으로 실어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5월 첫 오물 풍선 살포 이래 전단이 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풍선 일부가 용산 대통령실 경내까지 날아들면서 대통령실에도 이런 전단이 흩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이 이날 오전 2시 반을 전후해 부양한 오물 풍선 중 일부가 대통령실 경내를 비롯해 대통령실 인근 지역 곳곳까지 날아든 뒤 터졌다. 풍선이 터지며 떨어진 낙하물 대부분은 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손바닥 크기의 전단이었다.
이날 대통령실 인근 골목길과 도로 등 곳곳에서 전단이 발견됐다. 전단엔 김 여사가 값비싼 귀금속을 착용한다고 주장하거나 윤 대통령의 판단력을 조롱하는 등 저급한 수준의 비난 문구와 사진이 주로 담겼다. 한국이 저임금, 실업 등으로 살기 힘든 곳이니 이민을 가라는 등 한국 사회를 비하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전단이 대통령실과 그 인근에 정확히 떨어진 건 북한이 최근부터 풍선에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장치를 부착한 것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오물 풍선 살포 경험이 쌓이면서 낙하 정확도가 초기보다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대통령 부부를 맹비난하는 전단까지 매달아 풍선을 살포한 건 국가정보원 등 우리 정보기관이 북한군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로 파병한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해 발표한 점 등에 대한 불만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 평양 상공 무인기 출현 사건도 전단 살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 무인기를 한국이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군 당국 등은 자작극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이러한 조잡한 수준의 전단을 보내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는 다음 주 경기 파주시에서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대북 전단을 공개 살포하겠다고 밝혀 당분간 남북의 전단 살포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성룡 연합회 이사장은 이날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전단 10만 장을 날리겠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평양 시내에 떨어지게끔 할 것”이라며 “북한이 이산가족 등의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쓰레기 풍선을 보내는 행위 등을 중단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