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인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로 사랑받았던 배우 김수미(사진)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경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8시경 심정지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으로 이송됐고,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고혈당 쇼크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인은 올 5월부터 피로 누적 등으로 활동을 중단해 왔다.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년)에 일용 엄니 역으로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젊은 나이에 60대 노인 역할을 맡았다. 고인은 한 인터뷰에서 “전 나이 순서대로 살아온 게 아니라 거꾸로 살았잖아요. 겨우 스물아홉에 일용 어머니 역할을 했으니 제대로 된 청춘을 못 느끼고 살아서 좀 억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연기력을 인정받아 1986년 MBC 연기대상을 받았고 이후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 영화 ‘가문의 영광’ ‘맨발의 기봉이’ 등에서 괄괄한 어머니 역이나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코믹하게 연기해 인기를 누렸다.
전원일기 선후배들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배우 최불암(84)은 “배우로서 사명감이 철저한 사람이었다. 돈 벌려고, 유명세를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충실한 배우였다”고 했다. 배우 김용건(78)은 “2주 전 마지막 통화를 하며 또 보기로 했는데 그 말을 못 지켰다”며 “고인은 연기 욕심과 열정으로 작품마다 새 인물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73)은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로 가족처럼 다가오신 분이라 그 슬픔이 가족을 잃은 것처럼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빈소는 서울 한양대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11시.
김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