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한 집권 자민당이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에 부분적인 연합을 타진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연립여당 공명당과 여당 성향 무소속 당선자를 합쳐도 과반(233석)에 못 미치는 자민당(215석)으로서는 우호적인 추가 의석 확보가 절실하다. 공명당 수준의 완전 연정까진 아니지만 총리 재지명, 경제대책, 주요 법안 통과 등에서 연계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민당은 이를 위해 전기료 인하 등 국민민주당 공약을 반영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사진) 국민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민·공명 연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자 “정책에 따라 좋은 건 협력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며 제한적인 연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번 총선 최대 승자는 제1야당 입헌민주당(148석)이지만, 숨은 승자로는 국민민주당(28석)이 꼽힌다. 국민민주당은 야권 이합집산이 거셌던 2018년 옛 민주당 출신 다마키 대표가 설립했다.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에 참여하지 않은 잔류파 의원 중심으로 그간 당을 꾸려왔다.
한때 공산당과도 제휴할 만큼 진보 성향이 있는 입헌민주당과 달리 헌법 개정, 안보 정책에서 중도 보수 색채가 강하다. 이번 총선에서 ‘세후소득을 늘린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소비세 인하, 사회보험료 경감, 전기료 인하 등을 공약으로 앞세웠다. 또 고물가에 지친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 7석에 불과했던 의석수가 4배로 늘어났다.
자민당보다도 우익 색채를 띠는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달리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의 중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향후 국민민주당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정국의 무게추가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총리 지명 선거에서 국민민주당을 포함한 모든 야당이 입헌민주당 손을 들어주면 정권이 교체될 수도 있다. 다만 야당 간에 성향, 정책 등이 달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마키 대표는 “무효표가 돼도 다마키라고 쓰겠다”고 언급했다. 국회 총리 지명 선거에서는 1차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안 나오면 2차 투표에 들어간다. 2차에서는 과반을 못 얻어도 최다 득표자가 총리가 된다. 국민민주당 의원들이 2차에서 다마키 대표에게 투표하면 전부 무효표가 돼 자연스럽게 제1당인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재가 총리로 재지명된다. 일본 선거는 종이에 연필로 이름을 쓰는 방식이다. 무효를 각오하고 1차 투표 1, 2위 득표자 외의 이름을 2차에서 쓰는 걸 막을 수 없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