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들을 보호하겠다.”(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발언이다.”(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
미국 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아오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여성 관련 발언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그가 이미 낙태권을 두고 수차례 갈지자 행보를 보인 터라 이번 발언이 그에 대한 여성 유권자의 거부감을 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은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대선 주요 경합주 중 하나인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한 성폭력 등 강력 범죄 문제를 거론하며 “대통령으로서 미국 여성을 보호하고 싶다”며 “여성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는 일부 참모가 자신에게 ‘여성 보호’ 표현이 부적절할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도 이 표현을 그대로 썼다고도 했다.
그는 올 9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도 여성 유권자를 향해 “여러분은 보호받을 것이며 나는 여러분의 보호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후보는 하루 뒤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후보의 발언은) 여성의 주체성, 권리, 자신의 몸을 포함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매우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같은 날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세에서도 “여성이 주체성을 가지면 안 된다고 여기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 전역에서 낙태가 금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후보 때문에 미 여성의 3분의 1이 주 정부 차원에서 낙태를 금하는 주에 살게 됐다”며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게) 투표하라”고 외쳤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집권 중 3명의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을 임명해 9명의 대법관 중 6명을 보수 인사로 채우고, 이런 대법원이 2022년 6월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권을 폐기한 것을 줄곧 비판해 왔다. 반면 여성인 수지 와일스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은 X에 “이 캠프를 이끌고 있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며 해리스 후보 측의 공세에 맞섰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