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15일 TNT 폭약으로 폭파했던 경의선 및 동해선에 대형 구덩이를 파는 한편 옹벽을 세우고 흙으로 야트막한 산(성토지)까지 만들었다. 경의선 및 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 터와 폭파 전 제거한 철로(도로 바로 옆 위치) 터에 전차가 진격해 오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토성을 만든 것. 다만 우리 군은 이를 “남북 단절 조치를 마무리했다는 보여주기식 쇼”라고 평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도로와 철로가 있던 자리에 폭파 이후 매일 병력 300∼400명과 굴착기, 불도저 등의 중장비를 투입해 콘크리트 대전차 구덩이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며 “이 작업은 1일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날 합참이 공개한 대전차구 공사 마무리 현장 사진을 보면 폭파된 동해선 도로와 철로 터엔 좌우 길이 160m, 폭 10m, 깊이 5m의 콘크리트 대전차 구덩이가 설치돼 있는 모습이다. 북한군은 대전차 구덩이 북쪽에는 흙을 쌓아 높이 5m, 폭 50m의 낮은 산을 만들고 그 위에 나무도 심었다. 대전차 구덩이와 이 흙산 사이에는 콘크리트 옹벽을 세워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북한군은 경의선 자리에도 좌우 길이 120m, 폭 10m, 깊이 3m의 대전차 구덩이를 만들었다. 경의선 대전차 구덩이 북쪽에는 동해선보다 높은 11m 높이의 흙산(폭 45m)을 만들었다. 흙산 위엔 동해선과 마찬가지로 나무를 심었고, 흙산 앞에는 흙산 붕괴를 막기 위한 콘크리트 옹벽도 설치했다.
특히 동해선의 경우 대전차구와 옹벽 설치 등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 1일, 북한군은 흙산 위에 인공기를 꽂고 사진을 촬영한 뒤 인공기를 철수하기도 했다. 우리 군은 이 같은 모습을 감시장비로 포착했다.
우리 군은 한미연합군이 전차를 몰고 북쪽으로 가려 할 때 전차가 빠져 기동하지 못하도록 함정을 파놓았다는 의미로 북한이 구덩이를 판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대전차 구덩이를 만든 건 앞으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언제라도 짧은 시간 내에 성토지(흙산)를 밀어 대전차구를 메워 남침루트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대전차 구덩이는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며 “인공기를 꽂은 건 남북 단절 및 차단 조치를 완료했으며 그 지역이 자기네 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평가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도로·철로를 차단하고 방벽까지 쌓은 게 러시아로의 대규모 파병 등으로 내부 동요가 심각해져 탈북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그 루트를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도 일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손효주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