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째 미국에서 가장 먼저 투표하는 뉴햄프셔주 산간의 ‘초미니’ 마을 딕스빌노치가 올해도 선거일인 5일 0시(현지 시간) 현장 투표의 막을 열었다. 투표 직후 바로 개표하는 딕스빌노치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각각 3표를 얻었다.
등록 유권자 수가 6명에 불과한 딕스빌노치는 투표 2분 전 아코디언 연주자의 미국 국가 연주로 시작했다. 투표 종료까지 7분이 걸렸고, 개표는 다시 6분 뒤에 완료됐다. 투표부터 개표까지 모두 15분이 걸린 셈.
딕스빌노치 유권자들은 2020년 대선 때는 5명 모두 조 바이든 대통령을 찍었다. 2016년 선거 때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4표, 트럼프 후보가 2표를 얻었다. 올 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6명의 유권자 전원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를 뽑았다. 이날 유권자 6명 중 4명은 공화당원, 2명은 무소속이었다.
딕스빌노치는 여름에는 골프와 하이킹, 겨울엔 스키 등이 인기인 미 동북부 숲속의 작은 마을이지만, 1960년부터 미국에서 가장 먼저 투표하는 마을로 더 유명해졌다. 대부분 선거일 오전 6시에 투표소가 문을 여는 것과 달리, 이곳은 언제나 선거일 0시에 투표하기 때문이다.
뉴햄프셔주는 지역의 모든 등록 유권자가 투표했을 경우엔 해당 투표소를 바로 닫을 수 있다는 주법이 있다. 이에 딕스빌노치는 자체적으로 자정 투표를 진행해 왔다.
1950년대 마을 이장이었던 닐 틸로슨 씨에 따르면 이전 선거 때는 눈길을 뚫고 운전해 인근 마을까지 가야만 투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주법을 알게 된 뒤 주민들이 협심해 독립 심야 투표 전통을 만들었다고 한다.
딕스빌노치가 자정 투표 전통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주민 수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등록 유권자 전원이 모두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 투표를 종료하지 않으면 투표소 운영과 즉시 개표가 쉽지 않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