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기자회견에서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렸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이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사과 발언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어느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를 할 수 있다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좀 어렵지 않냐”며 “처신이 올바르지 못했고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소통, 프로토콜이 제대로 안 지켜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니까 사과를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제가 명 씨 관련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명 씨와의 통화에서 “나는 김영선을 해주라고 했는데”라고 한 발언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 야당은 이 발언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물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해 달라고 한 적 없다”고 했지만 비공표 여론조사를 보고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김건희 라인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며 “대통령 부인의 조언을 국정농단화하는 것은 우리 정치문화에 맞지 않는다. 저를 타깃으로 해서 제 처를 그야말로 악마화시켰다”고 말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도 “사법작용이 아니라 정치선동”이라며 “특검을 한다는 자체가 내 아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권 유린”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에 15분, 기자회견에 125분을 할애했지만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사와 명 씨 관련 본질적인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거나 부인하며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일인데 시끄러우니까 사과하는 거 아닌가 오해할 수 있다. 대통령이 무엇에 대해 사과를 했는지 어리둥절할 듯하다’는 질문에 “잘못한 것을 딱 짚어서 하면 제가 사과를 드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겠다”면서도 “사실은 잘못 알려진 것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사과를 하겠다면서 담화를 통해서 자화자찬만 늘어놨다”고 비판했고 친윤(친윤석열)계는 “진솔하고 소탈했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친한계 일각에선 “한 대표가 5대 요구사항을 밝혔지만 진전된 게 없다”며 “제3자 추천 방식의 김 여사 특검법 요구가 분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짓말과 변명으로 일관한 담화”라며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건희 여사를 선택했다”고 맹비난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