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해외 유명 정치인들이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당선인을 비난했던 발언을 지우거나, 과거와는 다른 우호적인 메시지를 게시하는 등 재빠른 태세전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6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가 예상되자 소셜미디어 X에 축하 글을 올리고 “앞으로 몇 년간 당신, J D 밴스 상원의원(부통령 당선자)과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튿날 영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래미 장관의 과거와 현재 발언을 비교하며 ‘글쎄, 이건 좀 어색하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는 2019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기만적이고 부정직하고 외국인 혐오적, 자기혐오적 인물’이라고 칭했기 때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 직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며 “영·미의 특별한 관계는 몇 년이고 번성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불과 몇 주 전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 인사들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지원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트럼프 당선인의 캠프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그에게 재빨리 전화하는 민첩함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비난하고 트럼프 당선인은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며 그간 거칠게 대립한 바 있다.
호주 총리를 지낸 케빈 러드 현 주미 호주대사는 과거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했던 소셜미디어의 게시물 등을 삭제했다. 그는 2020년 트럼프 당선인을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대통령”, “서방에 대한 반역자”라고 불렀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