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 14만 명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이 10일 취임 6개월 만에 회장직을 상실했다. 정부와 의료계에선 새 지도부가 꾸려지는 대로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 등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선 대의원 246명 중 224명(91.1%)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170명(75.9%)이 임 회장 불신임안에 찬성했다. ‘대의원 3분의 2 이상 출석 및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란 불신임안 통과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된 건 1908년 의협 창립 후 두 번째다.
의협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투쟁력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를 모아 올 5월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각종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으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및 의대생 단체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갈등을 빚었다. 최근에는 자신을 비방한 지역의사회 임원을 고소한 후 취하의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날 의협 대의원들은 회장 공백 사태를 맞아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두고 표결을 진행했으나 부결됐다. 한 대의원은 “새 회장을 조속히 선출해 안정적 리더십을 구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강대식 상근부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의협 관계자는 “전공의, 의대생과 각을 세우던 임 회장이 물러나고 조만간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11일 출범하는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도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