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 후기 왕실 행사의 방식 등을 기록한 업무일지인 ‘별감방일기(別監房日記)’의 한글 번역본(사진)을 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2005년부터 도서관 소장 유일본 가운데 연구 가치가 높은 자료를 한국고문헌국역총서로 내고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이번 책이 16집이다.
별감방일기는 별감(궁중 행사 지원 및 호위 등을 맡은 관직) 등이 소속된 액정서(掖庭署) 운영에 관한 업무일지로, 1864∼1890년 940건의 기사를 수록하고 있다. 액정서는 조선시대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왕이 쓰는 필기구, 대궐 안 열쇠, 궁궐 설비 등을 관리하던 조직이다. 1392년(태조 1년) 설치돼 1894년(고종 31년) 폐지됐다. 별감방일기를 통해 고종 시대 왕실 행사의 진행 시기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액정서 관리들은 왕과 왕족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호위하거나 보좌했다. 이들은 철종(재위 1849∼1863)의 장례, 경복궁 중건, 명성왕후 책봉 등 왕실의 주요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 후에는 국왕 등으로부터 하사품을 받기도 했다. 또 경복궁을 중건할 때는 원납전(願納錢)을 냈는데, 별감들이 중인 신분임에도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갖췄음을 짐작할 수 있다. 중앙도서관은 “별감들에 대한 하사품을 누가 얼마나, 어떤 종류로 수여했는지를 연구하면 당시 왕실의 권력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지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