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플레이가 끝나자 로프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갤러리들이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평소 골프장에서 보기 어려운 농구 유니폼, 농구공 등을 줄줄이 꺼내들며 사인을 요청했다. 14일 여자농구 ‘기록의 여신’ 케이틀린 클라크(22·미국)가 참여한 프로암대회에서 벌어진 진풍경이다.
올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신인왕인 클라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안니카 드리븐 대회의 프로암 행사에 참여했다. 그것도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와 전반 9홀을, 전직 세계랭킹 1위인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54·스웨덴)과 후반 9홀을 함께 플레이하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투어 통산 72승에 빛나는 소렌스탐은 이 대회 호스트다.
정작 갤러리들의 시선은 클라크로 쏠렸다. 클라크는 아이오와대 시절부터 미국 전역에 ‘여자농구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올 4월 클라크가 출전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8강 경기는 역대 NCAA 최다 시청자(1230만 명)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미국아마추어스포츠협회(AAU)가 가장 모범적인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제임스 설리번 어워드’를 최초로 2회 수상했다.
최고 80대 중반 타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클라크는 이날 경기 초반 티샷을 근처에 서 있던 갤러리 위로 날려 보내는 아찔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내 사과의 뜻과 함께 오른쪽 주머니에서 골프공 하나를 더 꺼내 다시 티샷을 시도했다. 몸이 풀린 뒤로는 인상적인 어프로치샷, 퍼트 등을 선보이며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경기 뒤 코르다는 “케이틀린이 스포츠에 얼마나 놀라운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볼 수 있어서 멋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라크도 “스포츠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스포츠의 아름다운 점이고, 내가 평생 스포츠를 사랑해온 이유”라고 말했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