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은 올해 시세와 비례해 오르거나 내리게 된다.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립 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공시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고 시세 변동률만 반영해 산정한다는 뜻이다.
15일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개최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발제를 맡은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공시가격 정책의 변화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현실화 로드맵에 따른) 2025년 목표 현실화율을 2020년과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사실상 정부안으로 향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공시가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3가지 세금과 부담금을 정하는 기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동주택 기준 69%인 공시가 현실화율을 2030년 90%까지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시세보다 공시가가 가파르게 뛰면서 세 부담이 급증했고, 시세가 내려도 공시가가 오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9월 로드맵을 폐기하고 새로운 공시가 산정 방식을 내놓았다. 이 방식을 적용하려면 부동산공시법 개정이 필요한데 아직 법이 개정되지 않자 현실화율을 낮추는 ‘임시 방편’을 쓰기로 한 것이다. 앞서 2023, 2024년 공시가도 2020년 현실화율을 적용해 산정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집값이 급등한 지역 공시가는 크게 올라 내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8월 이후 상승 폭이 둔화하고 있어 실제 세 부담은 연말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
김호경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