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약 300km의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한 데 이어 대인지뢰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사용 제한 완화에 러시아가 반발하며 핵 위협 수위를 높인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대인지뢰 지원 카드까지 꺼내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간) 익명의 미 당국자 두 명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공급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6월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대인지뢰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는데 이 방침을 전격 폐지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4년 시행된 ‘한반도 외 대인지뢰 사용 금지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인 2020년 1월 폐기됐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시행한 바 있다. 자신이 복원시켰던 대인지뢰 사용 금지 규제를 직접 풀어버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미사일 봉인을 푼 데 이어 대인지뢰 사용 봉인까지 풀어버리며 임기 두 달가량을 남겨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가 지속되고, 전황에도 변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우크라이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사일 사용 제한을 완화한 지 이틀 만인 19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브랸스크주 카라체프를 공격했다.
한편 미국의 미사일 봉인 해제에 핵무기 사용 완화 내용을 담은 ‘핵 교리’ 개정안 승인으로 맞대응한 러시아는 확전을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이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에이태큼스 발사에 “새로운 전쟁 단계로 간주할 것이며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