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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美와 협상 갈데까지 가봐” 핵거래 재시동

김정은 “美와 협상 갈데까지 가봐” 핵거래 재시동

Posted November. 23, 2024 09:06,   

Updated November. 23, 20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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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협상) 결과에 확신한 건 초대국(미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침략적·적대적 대조선(대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2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등 협상을 했지만 사실상 ‘노 딜’로 끝난 경험 등을 토대로 트럼프 2기 정부를 겨냥해선 핵무력에 근거한 ‘강 대 강’ 대결을 예고한 것. 다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재집권 후 처음으로 “협상”, “공존 의지” 등 표현을 꺼내 쓴 자체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빅 딜’ 의지를 내비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핵무기 고도화로 자신감이 커진 김 위원장이 트럼프가 판만 깔아 주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등을 전제로 재회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신형 전차, 자폭형 드론 등 각종 방사포(다연장로켓)와 중·단거리탄도미사일 등 최신 무기들이 총동원됐다. 특히 무대 양옆에는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8형과 지난달 말 처음 시험발사한 화성-19형 등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보란 듯 전시됐다. 군 관계자는 “러시아에 추가로 무기 수출을 노린 ‘쇼케이스’이자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핵미사일 고도화를 과시하며 추후 협상 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미국은 절대 적대적이지 않다는 그 교설(교묘하게 꾸민 말)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상한 괴설(괴상한 말)로 들린 지 오래”라는 등 미국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반대로 한국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를 패싱하고, 미국과만 테이블에 마주 앉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도 “한반도 긴장 상황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뒤 트럼프 정부와 북-미 직거래를 시도하겠단 의미로 읽힌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대선 후보 시절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핵을 가진 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등 김 위원장과의 재회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당국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는 이미 도움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까지 단행하며 혈맹 관계로 격상된 북한을 위해 신형 전차 개량·구형 전투기 성능 개선이나 미사일 기술 지원 등을 해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