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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美와 갈 데까지 가봐”… ‘30여 년 재탕’ 몸값 올리기 꼼수

김정은 “美와 갈 데까지 가봐”… ‘30여 년 재탕’ 몸값 올리기 꼼수

Posted November. 25, 2024 08:35,   

Updated November. 25, 20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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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노선)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봤다”며 “(협상) 결과에 확신한 건 초대국(미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침략적·적대적 대조선(대북) 정책”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북-미 협상에 나섰지만 성과가 없었음을 거론하며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핵무력을 앞세워 ‘강 대 강’ 대결을 펼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와의 협상, 공존의지를 직접 상기함으로써 ‘재회’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은 잇따른 도발을 통해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9월 핵무기 생산의 핵심 시설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했고, 10월에는 비무장지대(DMZ)에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는 등 대남 단절 조치를 했다. 이어 대선을 닷새 앞두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최근 러시아에 북한군을 파병한 것도 러시아의 핵 기술 이전 뿐만 아니라 트럼프 시대의 변화된 안보 환경에 맞춰 미국과 큰 거래를 시도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몸값 올리기 수법이다.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당선되자 5개월 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을 비롯해 북한은 30여년 간 미 대선을 전후해 상습적으로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자극해왔다. 트럼프가 처음 당선됐을 때도 이듬해인 2017년에 6차 핵실험과 ICBM 도발을 강행하며 위기를 부추겼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을 가지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이런 전례에 비춰볼 때 김정은은 트럼프 당선인이 조 바이든 정부와 달리 적대적 대북 정책 철회 쪽으로 선회하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대선 유세 과정에서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 “핵무기를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알렉스 웡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지명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향후 북-미 간에 직거래가 성사된다면 김정은은 사실상 핵보유국이라는 점을 인정받고 핵군축을 조건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시키려 할 것이다. 눈에 보이는 실리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북-미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소외되면서 안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미 간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국 패싱을 막고 한미 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