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마러라고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올트먼이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앙숙’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발목이 잡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저인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거의 상주하며 ‘대통령의 첫 번째 친구’ 위세를 굳힌 머스크가 올트먼의 접근을 노골적으로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5일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 곁을 지키며 여러 의사 결정에 개입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공지능(AI) 정책을 총괄할 ‘AI 차르’ 지명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AI 업계의 판도가 머스크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정계도 머스크가 오픈AI의 대항마로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의 제품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올트먼은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하기 위해 트럼프가(家) 인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그의 동생이자 오픈AI의 주요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의 창립자인 조슈아 쿠슈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했으며, 다른 인물들 역시 머스크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을 우려해 다리를 놓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머스크는 2015년 오픈AI 설립에 참여했을 정도로 올트먼과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공동 창립자들이 오픈AI를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운영한단 약속을 어겼다며 2018년 갈라섰다. 특히 올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선 캠프에 투신한 뒤 민주당을 지지했던 올트먼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머스크는 10월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진행자와의 인터뷰에서 “오픈AI도, 올트먼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를 ‘못 믿을 사람’이 통제해선 안 된다”고 공개 비난했다. WSJ에 따르면 머스크는 주변에 “난 올트먼을 싫어한다” “오픈AI는 시장을 마비시킨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한때 머스크와 맞수 구도를 형성했던 다른 기업들도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등장에 긴장하고 있다. WSJ는 “머스크의 ‘초토화 전략’ 대상 목록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밥 아이거 디즈니 CEO 등이 올라 있다”고 소개했다.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