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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빚 600조 돌파했는데 불법 계엄 후폭풍에 ‘블랙홀’

외화 빚 600조 돌파했는데 불법 계엄 후폭풍에 ‘블랙홀’

Posted December. 14, 2024 08:43,   

Updated December. 14, 20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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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계엄 사태 전엔 1400원을 넘으면 외환 당국에 초비상이 걸렸지만, 이젠 1450원 방어를 목표로 해야 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환율 수준 자체도 문제지만 정치 상황이 출렁이면서 환율 변동폭도 커졌다. 기업들은 당장 내년 사업계획 수립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환율의 장기화가 초래할 경제적 충격은 크다. 당장 외화 빚이 많고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9월 말 현재 국내 기업과 금융권의 외화 빚은 처음으로 610조 원을 넘어섰는데, 환율이 더 오르면서 원화로 환산한 외화 빚 원금과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입물가가 10월 이후 두 달 연속 오름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환율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물가가 다시 꿈틀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환율 급등이 기업 투자 위축과 성장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실질 환율이 1% 상승하면 설비투자는 0.9%가량 줄고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0.16%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계엄 사태가 터지기 전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는데, 고환율이 계속되면 성장률이 1% 중후반대로 내려 앉을 수 있는 것이다. 급격한 외화유출로 자칫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질 경우 국가신용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이미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서 위안화 절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외 악재에 맞서 싸우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환율 불안을 확대하는 것은 자멸 행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