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도피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사진) 일가의 은닉 재산을 찾아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한창이다. 아사드 전 대통령과 부친 하페즈 전 대통령은 1971년부터 이달 8일까지 53년간 시리아를 통치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2년 기준 이들 일가의 재산이 최소 120억 달러(약 17조2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아사드 일가는 2011년 내전 발발 후 미국 등 서방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피해 친인척 명의로 해외 곳곳에 자산을 숨겼다. 국영기업 독점, 마약 밀매 등으로 번 돈을 주요국 부동산을 구입하고 해외 비밀 계좌에 은닉했다.
미 국부무, 미 상원, 탐사보도 단체 ‘조직범죄 및 부패 보고 프로젝트(OCCRP)’ 등에 따르면 아사드 일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2230만 달러(약 320억 원) 상당의 초고층 빌딩, 프랑스에 9000만 유로(약 136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4300만 달러(약 620억 원) 상당의 개인 제트기 등을 보유했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등에도 부동산이 있다.
이 외에도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개설한 계좌, 조세회피처인 카리브해 케이맨 제도에도 HSBC 은행 계좌를 통해 막대한 돈을 숨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사드 정권이 2018∼2019년에만 2억5000만 달러(약 36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모스크바로 옮긴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대부분 100달러와 500유로 지폐였으며 러시아 은행에 입금한 기록이 확보됐다고 전했다.
하페즈 전 대통령의 생전 일가의 재산은 그의 부인이자 아사드 전 대통령의 모친인 아니사와 그 가족들이 관리했다. 아사드 전 대통령은 2020년부터 부인 아스마에게 자산 관리를 맡겼다. 시리아계 영국인인 아스마는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건 출신이다.
다만 재산 추적과 환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일가의 재산을 추적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사드 일가 또한 평소 정권 붕괴, 해외 도피 등을 대비해 재산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윤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