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20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25일 나와 조사 받으라’며 2차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앞서 1차 출석 요구를 거부한 윤 대통령의 출석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이 출석한다면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한 대한민국 첫 현직 대통령이 된다.
20일 오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본은 윤 대통령에게 “25일 오전 10시까지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는 내용이 담긴 출석요구서를 통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수사는 앞서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각 진행해 오다가 최근 공수처로 일원화됐다.
공조본은 이날 차정현 공수처 부장검사 명의로 된 출석요구서를 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 등 세 곳에 특급우편과 전자공문으로 보냈다. 윤 대통령의 혐의로는 내란 수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가 적시됐다. 앞서 1차 출석 통보 때는 인편을 통해 전달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 등이 수령을 거부했다.
공조본이 성탄절인 25일을 출석 날짜로 정한 것은 대통령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 없는 현직 대통령 조사인 탓에 청사 출입 인원이 적은 공휴일로 날짜를 정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이 혹시 모를 경호 문제를 빌미로 또 출석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
윤 대통령이 25일 출석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앞서 ‘18일까지 나오라’는 공수처의 1차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15일까지 나오라고 요구한 출석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21일에도 나오라고 통보했지만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가면서 이 조사는 무산됐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5일까지)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함부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전날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들에게 “변호인단 선임 이후 (출석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는 “20일 기준 아직 변호인 선임계가 제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찰 특수단(단장 우종수)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과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에 대한 조사도 마쳤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전에 대면 조사를 받았다. 박 처장은 윤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송유근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