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비서실이 대통령경호처에 12·3 불법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압수수색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공조본은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 압수수색에 잇달아 실패했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최근 경호처는 비서실로부터 경찰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과 경호처 등에 따르면 경호처 실무자들은 “비서실에서 압수수색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라는 공문 한 장 받은 게 없다”고 설명했고, 그 때문에 대부분의 지시가 정진석 비서실장 등 비서실과 박종준 경호처장 사이에 구두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압수수색 거부는 ‘내란 동조’가 아니냐는 지적에 경호처 관계자는 “그런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으라고 해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경찰은 비서실 관계자 2명을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당일 밤 지시 사항도 일부 추가로 드러났다. 경호처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3일 저녁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안전가옥)에서 박 경호처장에게 “당신이 경찰대 출신이니 잘 알지 않냐. 조지호 경찰청장을 호출해라”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조 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안가에 들어와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박 경호처장도 그 자리에 함께 앉으려 하자 “너는 나가 있어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주현 민정수석 등 그날 안가에 다녀갔던 주요 인사들이 휴대전화를 교체했지만 박 경호처장은 아직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경호처가 계엄 증거 인멸을 돕는 게 아니라면 압수수색에 당장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