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훌쩍 넘어서며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 치웠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6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강달러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등 국내 정치 불안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정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도 머지않았다는 암울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5.6원 오른 1464.8원에 거래됐다. 주간 거래 마감가 기준 24일(1456.4원)에 이어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날 환율은 오후 시간외거래에서는 1466원을 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에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 약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발의되면서 외환시장 불안은 한층 가중된 모양새다. 실제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담화를 내놓자 환율은 더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리스크에 고환율 공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경우 기업들의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비롯해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 부담 등 위험 관리 비용이 더 커지기 때문에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아형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