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대책방안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고 무안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유가족 대표들과 비공개 면담도 가졌다. 최 권한대행은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국무총리·부총리 직무에 이어 재난 수습 컨트롤타워까지 ‘1인 4역’을 맡게 되면서 국정 혼란 및 공백이 일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우 의장과 40분 가량 만나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지원 대책과 참사 원인 규명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근조 리본을 패용한 채 공개 발언 없이 곧바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우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최 권한대행에게 국회 몫 헌법재판관의 조속한 임명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태서 국회의장 공보수석은 회동 후 “정국 현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드릴 게 없다”고 했고 의장실 관계자도 “여야가 헌법재판관 임명 등 현안에 대해 합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의장 입장을 먼저 밝히기에는 예민한 시기”라며 말을 아꼈다.
사상 처음으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데 이어 여객기 참사까지 일어나면서 대통령실과 총리실도 최 권한대행이 지휘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원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정지 후 내부 업무를 이어가던 대통령실은 전날부터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 내 위기관리센터 등을 중심으로 24시간 비상근무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전처럼 현장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전면에 나서진 못해도 중대본 매뉴얼이나 상황 모니터링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관계부처 협조에 필요한 상황을 공유하고 권한대행으로서의 메시지를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수습에 방점을 두면서 최 권한대행이 인수인계 받을 업무보고 일정은 안갯속이다. 30일 발표하려던 내년 경제정책방향 발표도 순연됐다. 총리실 관계자는 “연두 업무보고도 언제 할지 확정이 안 돼 유동적”이라고 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덕수 총리의 권한대행 시기에도 업무보고가 모두 완료된 게 아닌데 사고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권한대행과는 일정조차 조율하지 못했고 소통 자체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 많은 역할을 혼자 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여객기 참사 수습이 제일 급하고, 나머지 개혁과제나 정책 드라이브는 사실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