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안하무인, 안하무법으로 설친다.”
3일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자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를 맹비난했다.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이 소환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이번엔 체포영장 발부 과정을 문제 삼아 버티기에 나선 것. 하지만 검찰총장 출신으로 성역 없는 ‘공정한 수사’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에게 편지를 보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경호처 등을 동원한 관저 농성에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 ‘인(人)의 장막’을 치고 버티는 尹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진입한 공조본 관계자들은 관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고 막아선 경호처와 군 병력, 대통령실 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윤 대통령이 소환조사 요구에 세 차례 응하지 않자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이번엔 경호처 등을 동원한 ‘인의 장막’ 뒤에서 조사를 거부한 것.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되고 관저에서 잡혀 나가는 순간 진영이 버틸 힘을 잃고 급속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마지노선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지난해 12월 7일 대국민 담화에선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자신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되자 불법 체포영장이라며 수사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됐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경호처도 윤 대통령 신변 안전에 대한 대책 없이 관저 문을 그냥 열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특히 윤 대통령은 1일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극우 유튜버 등 지지층을 향해 보낸 편지에서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지지자를 향해 “관저 앞으로 모여 자신을 지켜 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이날 헌재 탄핵심판 두 번재 변론준비기일에서 “대통령이 고립된 약자가 됐다. (대통령 측에서) 한마디만 나가면 난도질 당하고 있다”며 지지층을 자극했다.
공조본은 이날 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4일까지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적법한 공무 집행을 전제로 한다. 적법한 공무 집행이 아닌 만큼 공무 집행 방해가 될 수 없다”며 “오히려 공수처가 경호처를 막아서거나 공무 집행 방해로 체포할 경우 독직 폭행이며 불법 감금이 된다”고 맞서고 있다.
● 여권 내부에서도 “자진 출두해야”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사실상 수사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호처는 그간 군사상 비밀 등의 경우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111조를 근거로 대통령실과 관저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세 차례 막아섰다. 윤 대통령이 3차에 걸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법원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문구까지 적시했는데도 ‘불법 영장’이라며 이를 거부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이 비상식적인 법 논리 뒤에 숨은 ‘법꾸라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에 찬성했던 김상욱 의원은 3일 통화에서 “대통령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알량한 법률 지식으로 비겁하게 숨은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서 정정당당하게 수사 받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