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면서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출범 이후 성과가 단 하나도 없었던 신생 기관이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맡게 된 후부터 예상된 결말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공수처로 모두 이첩된 직후부터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를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약 4년 동안 단 한 명의 피의자도 구속하지 못했고, 단 한 건의 유죄 판결도 받아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으로 기소한 손준성 검사장에 대해 유일하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당시 공수처는 수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손 검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면서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재차 기각됐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 법적 절차를 어겨 위법하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효력이 취소되는 전례 없는 일도 벌어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수처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압수수색으로 수집한 증거들을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고 증거능력은 사라졌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와 일찌감치 합동수사본부를 꾸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합동수사를 진행했으면 윤 대통령 측이 거절할 명분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3차례 거절한 바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 수사가 좌초되기 전에 서둘러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허동준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