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퍼스트 버디’ 머스크와 ‘로보캅’ 디스토피아’

‘퍼스트 버디’ 머스크와 ‘로보캅’ 디스토피아’

Posted January. 09, 2025 08:58,   

Updated January. 09, 2025 08:58

日本語

미국 할리우드 영화 ‘로보캅’(1987년)에서 디트로이트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건 OCP라는 거대 테크기업이다. 급기야 각종 범죄 소탕을 명분으로 전직 경찰관의 신체에 기계를 결합한 로보캅을 만드는 데 이어 군용 로봇 ED-209를 개발한다. 하지만 시연 도중 ED-209가 오작동하면서 시민들을 무차별 살해한다. OCP는 수익 창출을 위한 무기 개발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 시민 안전엔 별 관심이 없다. 국가 영역을 넘보는 거대 테크기업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스페이스X CEO의 최근 행적을 보고 ‘로보캅’을 떠올리는 건 무리일까. 그는 최근 유럽 각국에서 ‘내정 간섭’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 이어 미국 내에선 그를 두고 안보 위협론까지 불거졌다.

미국과 특수 관계를 맺고 있는 영국에선 머스크의 키어 스타머 총리에 대한 공격이 여야 간 논란으로 확산됐다.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왕립검찰청장을 지낼 당시 아동 성착취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스타머는 사임해야 한다. 국가적 수치”라고 X에 올렸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선을 넘은 주장으로 거짓말과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지만, 영국 보수당은 성착취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머스크는 영국 내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트럼프가 이 논쟁에 개입하진 않았지만 머스크와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은 심각한 리스크를 제기한다”고 보도했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도 머스크는 논란의 핵이다. 다음 달 23일 독일 총선을 앞두고 머스크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 지지하고, 총리 후보인 알리체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라이브 토크쇼를 열기로 하는 등 선거에 개입하고 있어서다. 그는 지난 해 12월 20일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린 데 이어 독일 신문에 AfD를 지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미국 내에선 그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셀 오너리 예비역 육군 중장은 지난해 12월 31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머스크가 트럼프의 재선에 거액을 기부했다고 해서 백악관이 국가안보 위험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썼다.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이 글로벌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운데 머스크가 대만을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라는 것.

머스크의 발언에 주요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그가 트럼프의 전폭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글로벌 테크업계와 미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6일 방송 인터뷰에서 “SNS에 대한 막대한 접근권과 대규모 경제자원을 가진 사람이 다른 나라 내정에 직접 관여하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영향력과 더불어 그의 비즈니스 제국은 급격히 확장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100여 개국 400만 명에게 공급되며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장악했다. 스페이스X는 민간용뿐 아니라 군사용 위성 서비스까지 구축했다. 거대 테크기업 OCP가 군림하는 영화 속 디스토피아가 부디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