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부촌 퍼시픽팰리세이즈 일대에서 8일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영화 산업의 본산’ 할리우드, 샌타모니카, 말리부 등으로도 번졌다. 이번 산불로 9일 기준 최소 5명이 숨졌고 부상자와 재산 피해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인 겨울 가뭄으로 소방 용수가 부족하고, 산불 또한 ‘샌타 애나’로 불리며 최대 시속 160km에 달하는 국지성 돌풍을 타고 급속히 번져 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산불은 로스앤젤레스 전체 면적에 버금가는 108km2를 태우고 계속 확산하고 있다. 주민 13만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150만 가구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AP통신은 “산불이 지나간 주요 마을이 숯덩이로 변해 마치 불지옥 같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할리우드 명소도 산불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할리우드의 알파벳 글자 조형물 인근 등산로는 산불에 소실됐다. 여러 스타의 사인이 있는 ‘명예의 전당’ 1.6km 지점까지도 산불이 접근했다. 이 여파로 시상식 시즌이 한창인 영화계에서는 관련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영화의 개봉이 미뤄지고 아카데미상 후보 투표 일정도 연장됐다.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연 제이미 리 커티스는 8일 “우리 가족은 안전하지만 동네가 불타고 있다. 많은 친구들이 집을 잃었다”고 밝혔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 역을 맡은 마크 해밀도 7일 말리부 자택을 급히 탈출했다고 밝혔다.
산불의 원인과 대처 방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캘리포니아주 북부의 어류 보호를 위해 이 지역의 수자원을 이번 화재 피해가 집중된 남부로 흘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뉴섬의 책임”이라고 했다. 반면 뉴섬 주지사는 “허구”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도 “소화전에는 물이 없고 연방재난관리청(FEMA)에는 돈이 없다. 바이든이 내게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됐던 이탈리아 방문을 취소하고 캘리포니아주에 비상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이지윤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