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약탈해 간 불상이 다시 돌아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불상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교류 전시회 등을 고민 중입니다.”
충남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24일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절에 돌아온 것을 알리는 고불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14세기 제작돼 일본으로 건너간 이 불상은 2012년 10월 한국인 도둑들이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왔다. 법적 다툼 끝에 일본에 돌려주기로 결정됐으나 반환에 앞서 부석사 측이 “불상을 모시고 법회를 열게 해 달라”고 간논지에 요청했고, 간논지가 이를 받아들이며 잠시 부석사로 옮겨지게 됐다. 불상은 25일부터 5월 5일 부처님오신날까지 100일 동안 대중에게 공개된다. 불상이 부석사에 돌아온 건 연구자들이 왜구가 약탈한 것으로 추정하는 1378년을 기준으로 647년 만이다.
이날 부석사 입구에는 ‘불상의 귀향’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도착 전부터 불상을 보려는 신도들이 몰렸다. 신도 김부용 씨(74)는 “우리 불상이 다시 일본으로 가는 게 안타깝다”라며 “반드시 우리 품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합장을 했다. 이날 오전 무진동 차량에 실려 대전 유성구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을 출발한 불상은 오후 부석사에 도착해 설법전으로 옮겨졌다.
이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1973년 일본에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한국 밀반입이 적발되자 간논지는 “도난품인 만큼 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부석사는 “원래 우리 불상으로, 왜구에 약탈당한 문화재”라며 법원에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다. 불상 안에선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 부석사에 봉안하려고 제작했다는 내용의 발원문이 발견됐다. 하지만 2023년 10월 대법원은 ‘취득 시효가 완성됐다’며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번 공개 행사가 끝나면 불상은 5월 11일 전에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반환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날 고불식과 이운식에 참석한 다나카 셋코 전 간논지 주지는 “불상의 (일본) 인도를 위해 힘써 주신 한일 양국 정부와 의회, 대한불교조계종 등 많은 관계자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