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서 헤엄칠 때 추진력을 얻기 위해 쓰는 ‘오리발’을 신고 뭍에서 걷기는 몹시 힘들다. 발이 길어진 이유도 있지만 고무 재질이라 잘 휘어서 땅을 박차고 걷기 힘들어서다. 반면 사람의 발바닥은 단단한 편이라 잘 휘지 않는다. 걸을 때 체중의 몇 배나 되는 압력을 견딘다. 인류는 이 독특한 발 구조를 이용해 다른 영장류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성인 두 발 걷기(이족보행)에 성공했다.
최근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른 발바닥을 가지게 된 이유가 새롭게 밝혀졌다. 마두수단 벤카데산 미국 예일대 기계·재료공학부 교수팀은 사람의 발 뼈가 발바닥의 폭 방향(좌우 방향)으로 활처럼 휜 구조를 형성한 덕분에 두 발로 걷거나 뛰게 됐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27일자에 발표했다.
인간은 엄지발가락 부위로 땅을 디딘 채 발목 부위를 들거나 내려 걷는다. 마치 병따개로 병뚜껑을 따는 것과 비슷한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병뚜껑을 쉽게 따려면 병따개 앞뒤 방향으로 휘어지지 않아야 한다.
같은 원리로 발 뼈도 휘어지지 않고 앞뒤 방향으로 단단해야 한다. 과학자들도 이전까지 연구에서 주로 발의 길이(앞뒤) 방향으로 길게 나 있는 활처럼 휜 뼈 구조가 발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데 중요하다고 봤다. 오리발 앞뒤 방향으로 마치 우산의 살처럼 튼튼한 뼈가 길게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벤카데산 교수팀은 발상을 바꿨다. 사람의 발바닥 뼈는 발의 길이 방향 외에 폭(좌우) 방향으로도 활 모양의 구조가 있어 발이 있다. 이를 가로발목뼈관절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실험용으로 기증된 시신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길이 방향 뼈의 활 구조보다 오히려 가로발목뼈관절의 활 모양 구조가 발바닥을 단단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가로발목뼈관절 활 구조는 발바닥의 강성을 높이는 데 약 50% 기여한 반면, 길이 방향 뼈의 활 구조는 그 절반인 25% 수준이었다. 이는 A4 용지 한쪽 모서리를 양손으로 잡고 위에 돌을 올리면 그냥 휘지만 종이를 둥글게 만 뒤 한쪽 모서리를 잡고 올리면 휘지 않고 돌멩이까지도 들어올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런 구조가 발 뼈의 진화 과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살펴보면 최초로 두 발로 걸은 인류 조상은 약 600만∼700만 년 전에 등장한 사헬란트로 차덴시스일 가능성이 높다. 약 440만 년 전에 살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는 두 발 걷기와 나무 타기가 모두 가능한 과도기적인 발 구조를 지녔다. 확실히 두 발로 걸었다는 직접 증거가 나온 친척 인류는 360만 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다. 탄자니아 라에톨리 지역에 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친척인류는 발의 길이 방향으로는 단단한 활 구조가 없다. 연구팀은 “이 무렵 또는 이전에 등장한 가로발목뼈관절의 활 구조가 이들을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신영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