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처럼 우아하고 여리여리하게 살고 싶었던 나는 그 무섭다는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되었고, 지금 편의점을 운영하며 드센 여자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현미숙 ‘편의점 별곡’ 첫 문장
각자 사연으로 편의점을 차렸다. 과자랑 아이스크림 맘껏 먹는 (것처럼 보이는) 슈퍼집 아들이 부럽기는 했으나 ‘커서 슈퍼 주인장이 돼야지!’ 마음먹은 친구는 흔치 않았다. 장래 희망은 늘 의사, 교사, 과학자라고 적었다. 누구는 실직하여, 누구는 근처 편의점이 잘되는 것 같아, 또 누구는 세상 풍파 겪다 우연히…. 백만 곳 편의점에 백만 가지 곡절이 깃든다.
아침저녁 매출에 웃고 울고, 걸핏하면 문자메시지 하나 덜렁 보내고 나오지 않는 알바생들과 복작이고, 때로 손님의 귀 거친 말씨에 마음 상하고, 계산대 구석에 앉아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 하나 베어 물며 꿀꺽 눈물을 삼키기도 하지만 내 힘으로 살아가는 오늘 하루에 늘 감사한다. 이 텃밭에서 월세 건질 수 있고, 어머니께 용돈 드릴 수 있고, 아이들 학원비도 아등바등 거둘 수 있는, 콩알만 한 열매 하나에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게 우리는 편의점 아줌마, 아저씨로 살아간다. 누구나 그렇게 산다. 어릴 적 꿈의 거리와는 조금 멀지만, 희망은 항상 건널목 저편에 있더라는 희미한 기대를 안고, 내가 고른 선택의 위치에 보람을 찾는다. 언제쯤 신호등이 바뀔까. 차츰 내가 선 이곳이 운명의 자리 아닐까, 익숙한 체념으로 오늘을 받아들인다.
다만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꾼다. 가족 모두 건강한 꿈, 장사가 조금만 더 잘됐으면 하는 꿈, 그리고 내 꿈은 이미 접었으나 자식들의 꿈은 여전했으면 하는 꿈.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을 꾼다. 편의점 창밖으로 반짝, 별이 빛난다. 당신의 꿈도 평온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