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4곳에 대한 병합 공식 선포를 강행했다. 유엔은 이를 “유엔 헌장과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의 15%(9만 km²)나 되는 포르투갈 크기만 한 지역이 러시아에 불법 병합되면서 우크라이나 영토가 사실상 ‘동서 분단’의 운명을 맞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영토가 타국에 병합되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수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의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들을 불러들여 병합 조약을 체결했다. 이어 병합을 선언하는 연설을 했다. 이로써 이 지역들에서 23∼27일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한 지 3일 만에 속전속결로 병합을 공식화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 당국자들은 “해당 지역 4곳은 병합과 동시에 러시아의 핵우산 아래 들어온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이곳이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공격 받으면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0년 핵 사용 원칙이 담긴 ‘핵 독트린’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영토에 대한 재래식 공격에도 핵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침공 7개월 만에 우크라이나군의 동남부 지역 대반격으로 수세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핵 카드를 꺼내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될지 중대 기로에 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행위는 현대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