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항해 “EU 국가들의 청정산업에 보조금을 주겠다”며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제정 방침을 밝혔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보조금 지급에 나서며 보호주의 무역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현지 시간)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환경 친화적 산업 육성을 위한 최우선 요건으로 ‘신속성과 접근성’을 언급한 뒤 “클린테크 산업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좋은 산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탄소중립산업법에 대해 EU의 반도체법과 동일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청정산업 생산시설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관련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마련된 EU 반도체법은 2030년까지 세계 반도체 생산시장 점유율을 9%에서 2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민간 투자를 통한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430억 유로(약 57조 원)를 투입한다.
EU는 미국 IRA 시행으로 EU 회원국의 산업 경쟁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친환경 기업들이 유럽이 아닌 미국으로 투자를 돌릴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EU는 그동안 북미산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가 차별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처럼 미국에 수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자 이번에 법을 제정해 보조금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은아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