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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쓴 나토국 침공 러에 장려”… ‘애치슨 악몽’ 되살린 트럼프

“돈 안 쓴 나토국 침공 러에 장려”… ‘애치슨 악몽’ 되살린 트럼프

Posted February. 13, 2024 09:07,   

Updated February. 13, 202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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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의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의 가치를 무시하는 발언을 또 쏟아냈다. 그는 재임 중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일화를 거론하면서 “(나토 회원국) 대통령 한 명이 ‘방위비를 내지 않더라도 미국은 우리를 방어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아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걸 뭐든 하도록 장려하겠다고 답했다”고 발언했다. 선거유세 중 발언이라지만 러시아 푸틴의 호전성을 감안할 때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1950년 미국이 극동 방위선에서 ‘일본은 포함시키되 한국은 배제한다’는 취지의 애치슨 선언을 한 일이 떠오른다. 이 발표는 김일성 오판의 한 요인이 됐고, 5개월 뒤 6·25 전쟁이 벌어졌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동맹 경시 혹은 무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트럼프 리스크가 실재(實在)함을 재확인해 준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 32개국이 참여하는 나토와 같은 집단방위체제든, 한미동맹 같은 1대1 동맹이든, 군사 동맹은 참여국 모두가 공동수혜자다. 미 대통령 중 트럼프만이 ‘미국만 손해’라는 인식을 반복해 드러내고 있다. 그가 재집권할 경우 푸틴 시진핑 김정은 등이 미국의 동맹의지와 안정유지 노력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앞날도 걱정하게 만든다. 첫째, 동맹을 돈으로만 따진다는 점이다. 나토의 회원국 상당수가 “2024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리겠다”는 약속을 못 지킨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러시아 침공을 방어하지 않겠다는 것은 가당치 않다. 둘째, 상호방위라는 문서 약속을 혼자 생각만으로 무효화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이 공격당할 때 공동대응을 다짐하고 있다. 이런 문서조차 안 지키면 미국은 나토는 물론 한국 일본 필리핀 이스라엘 등과 맺은 동맹의 리더십을 어떻게 유지할 건가. 유사한 약속을 담은 한미 역시 상호방위조약 3조도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된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TV카메라 앞에서 2번 반복해 말했다. 현직 대통령 시절 안보 참모들의 반대로 동맹경시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것은 일부에 그쳤지만, 충성파 비중이 더 커졌다는 2기 행정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는 “왜 남의 나라를 위해 우리 돈과 생명을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득표에 활용해 왔다. 그가 재집권한다면 방위비 분담 증대, 주한미군의 감축 요구는 상수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 또 김정은과의 이벤트 시도나 한국이 기여해야 할 글로벌 분쟁해소 노력이 늘어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