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3일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동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각각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방중 결과에 따라 연말 한반도 정세는 물론이고 내년 외교 정책의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지소미아, ‘내년 1분기’로 잠정 데드라인 정한 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여 만에 정식으로 마주 앉는 한일 정상 간 논의 내용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24일 중국 청두에서 만나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회담을 앞두고 지난주 일본이 전격적으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했지만, 청와대 내부는 “이 정도로는 지소미아 복원과 맞바꿀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미국의 강력한 요청 등에 따라 지소미아를 조건부로 연장했지만, 청와대는 잠정적으로 내년 1분기(1∼3월)까지를 지소미아 복원의 ‘데드라인’으로 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된) 올해 7월 이전의 상태로 돌리는 것이 잠정 목표”라며 “지소미아 유예를 무작정 오래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는 일본의 가시적인 조치가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의 시작이 된 강제 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는 일단 두고,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와 한국의 지소미아 연장을 맞바꾸자는 의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 전부터 가동된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간의 고위급 라인에서 다양한 논의가 효율적으로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정상 간에 이견이 좁혀지면 연말에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 ‘한한령’과 시진핑 방한도 매듭지어질까
한중 정상회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주제도 만만치 않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문 대통령은 23일 오전 방중 첫 일정으로 시 주석과 만난다. 두 정상의 만남은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청와대는 “비핵화 등 북한 이슈뿐만 아니라 한중 간 주요 현안들도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 외교 전문가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촉발된 한한령(限韓令) 등 중국의 보복 조치 해제 계기가 될 시 주석의 방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결론 내려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내년 조기에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 주석의 방한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내년도 대외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켜 경제 지표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경제 지표가 악화됐던 것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 일본 수출 규제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내년에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관광 등의 분야에서 한중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대외 경제에 상당한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