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8차 당 대회에서 ‘강대강 선대선’ 등의 대미 메시지와 핵잠수함 개발을 비롯한 국방력 강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핵협상을 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한 이런 북한의 압박과 핵개발 전략은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험난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김 위원장은 핵개발을 지속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핵보유국으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전략무기감축협정(SALT)을 통해 핵협상을 했던 것처럼 북한도 군축협상에 들어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군 역량 개발을 잠재적인 협상 지렛대로 이용해 비핵화가 아닌 군축협상으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과 관련해 북한의 더 많은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틀에 대응하는 것은 험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에 유연함을 보일 것이라는 어떤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김 위원장은 핵 프로그램에 관해 미국과의 교착 상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 보고 있다”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제거하는 과감한 첫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김 위원장이 어떤 것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AP, 로이터 등 외신은 김 위원장이 미국을 ‘주적’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이는 과거 김 위원장을 ‘폭력배’로 칭하며 비판한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나왔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