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백신 보편 접종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부동산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발표한 신년사에서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초 보건당국은 우선 접종자를 제외한 국민에겐 접종비를 내도록 하는 부분적 유료 접종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일각에선 전 국민 무료접종에 2조 원 안팎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의 심사도 진행 중이다. 안전성 검사와 허가, 사용과 효과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며 “자체 백신 개발도 계속 독려하겠다. 백신 자주권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부동산정책과 관련해 “주거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특별히 공급 확대에 역점을 두고,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주택자 규제, 임차인 보호 등 부동산정책 기조를 이어가되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해선 “멈춰 있는 북-미 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다”며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으로도 대화하자”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방역협력 제안을 공개 거부하며 “북남(남북)관계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고 한 가운데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남북대화를 거듭 제안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핵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신년사에선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의무”라며 비핵화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문서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에 충실히 귀 기울여 달라. K방역 신화에 대한 맹신, 북한에 대한 짝사랑도 이제는 접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