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인한 폐사 피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이 더해지며 채소값뿐 아니라 육류 가격도 뛰고 있다. 라면과 햄에 이어 과자 등 다른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체감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닭고기(도계·중품) 평균 소매가격은 1kg당 5991원으로 1년 전(4905원)에 비해 22.1% 상승했다. 한 달 전(5315원)과 비교해도 12.7% 올랐다.
돼지고기 값도 오름세다. 국산 냉장 돼지고기 삼겹살(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지난달 30일 기준)은 100g당 2514원으로 1년 전(2378원)에 비해 5.7% 올랐다. 평년(최근 5년간 해당 일에서 최고·최소 값을 제외한 3년 평균값) 가격에 비해서는 15.4% 뛰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돼지고기, 닭고기 가격이 오르는 데는 최근 폭염 영향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폭염으로 닭 27만1949마리, 돼지 7184마리, 오리 2510마리 등이 폐사한 것으로 신고됐다. 국내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닭은 폭염으로 폐사율이 높아진 데다 중복과 말복이 이어지며 수요가 높아졌다”며 “돼지와 소는 더위로 수분이 빠지면서 한 마리에서 나오는 중량이 줄어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채소와 육류뿐 아니라 주요 가공식품 가격도 연이어 뛰고 있다. 오뚜기, 농심이 최근 라면 가격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다른 식품회사들도 원재료 값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과자, 햄 등 육가공 제품 가격을 함께 올리고 나섰다. 해태제과는 1일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대표적인 과자 5종의 가격을 평균 10.8% 인상했다. CJ제일제당도 대표 제품인 스팸을 비롯한 20여 종의 육가공 제품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전문가들은 필수재에 가까운 식품의 가격 상승이 체감물가와 소비심리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최근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들은 국민들이 두루 먹는 품목이라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라면 과자 등의 가격이 줄줄이 오른 건 코로나19로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른 탓”이라며 “향후 원자재 값이 정상화돼도 한 번 오른 제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 현 가격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 · 이지윤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