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사진)은 이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연합작전계획(작계·OPLAN)에 중국 대응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4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이후 중국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크게 늘린 건 비밀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중국의 한국방공식별구역 침범 사례가 300% 늘었으며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작계에서 다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부임 이후 첫 연합훈련에서 새 작계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위한 전략기획지침(SPG) 갱신을 (한미 국방부에) 공식 요청했지만 그해 SCM에서 한국 국방부는 구체적 이유 없이 이를 지지하지 않았다”며 “이달 초 (작계 최신화) 합의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한국 측에 매우 강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그는 “(주요 전환조건인) 전략타격 및 통합미사일 방어 능력에서 한국은 솔직히 많이 뒤처져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손쉬운 방법이나 양국이 합의한 (조건) 기준을 낮추길 원하지만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군사역량을 갖추려면 예산과 시간이 들어간다”면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년 3월 연합훈련 연기 주장에 대해선 “그간 축소됐던 연합훈련 일부의 재개 여부를 놓고 동맹이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더 이상의 훈련 축소·유예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유엔군사령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대해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유엔사는 유엔안보리의 결의 또는 제재를 집행할 권한이나 책임이 없다. 유엔사가 준수해야 할 유일한 책임은 1950년 한국전쟁과 관련한 유엔결의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내 의문은 종전선언을 통해 뭘 얻으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며 “종전선언을 성급히 할 경우 전쟁이 끝났으니 1950년 여름에 통과된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고, 그러고 나면 ‘미끄러운 비탈길’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한 상황에서 섣부른 종전선언은 북한과 중국에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의 빌미를 줘 한반도와 역내 안보정세에 위기를 초래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