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단을 잇달아 만나 한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의 대(對)일본 사업 강화는 물론이고 2019년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 이후 얼어붙었던 한일 경제협력 관계에 불씨를 지피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4일 한일 재계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과 만찬을 가졌다. 이 부회장과 도쿠라 회장은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도쿠라 회장은 삼성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필름을 공급하는 스미토모화학을 이끌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다음 날인 5일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경단련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을 승지원(삼성그룹 영빈관)에서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 전자제품 제조사인 히타치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과 경단련 회장단의 만남이 한일 경제협력의 물꼬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특히 폭넓은 일본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1987년 이병철 선대회장이 별세한 뒤 고 이건희 회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히타치,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주요 고객사를 방문하며 일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후 일본 핵심 전자부품 업체들이 포함된 ‘LJF(이건희와 일본 친구들)’ 회원사와 지속적으로 교류해 왔다.
한편 이 부회장은 미국 아이다호주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글로벌 재계 거물의 사교모임인 ‘앨런&코 콘퍼런스’에는 올해 참석하지 않는다.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전해졌다.
송충현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