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 뒤 윤석열 대통령과의 2차 만찬에서 “(이날 만찬의 마지막) 이 한 잔을 다음에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 한 잔으로 이어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긴자의 경양식집 ‘렌가테이’에서 통역과 극소수의 참모들만 대동한 채 넥타이를 풀고 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를 섞어마시는 폭탄주로 이른바 ‘화합주’를 즐겼다. 이날 마지막 잔을 마실 때 기시다 총리가 “좋은 추억을 쌓고 가시라”며 이같이 말했다는 것. 기시다 총리가 직접 소주와 맥주를 섞으며 윤 대통령에게 “이 정도면 되느냐”고 질문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관계는 평생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강제징용 배상문제 해법 등 윤 대통령의 ‘결단’에 “감동했다”는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방일의 화두는 ‘친구를 사귀다(Make Friend)’였다”면서 정상 간 신뢰 구축이 이번 방일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였음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 총리와 만나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 맥주를 마시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17일 양국 경제계 인사들이 참석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일본 재계 인사들은 윤 대통령에게 “솔직하고 통 큰 리더십에 우리가 오히려 더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이블엔 삼계탕과 불고기, 게장 등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드라마 ‘겨울연가’와 최근 한국 극장가에서 흥행에 성공한 ‘슬램덩크’ 이야기도 거론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방일 기간 기시다 총리의 부인 유코 여사,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의 친교를 재확인했다. 김 여사는 3000여 점의 조선시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민예관을 방문해 “정치엔 국경이 있어도 문화 교류엔 국경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newjin@donga.com · 장관석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