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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탈북인사, 대북문제 해결 플러스요인될 것”

“고위급 탈북인사, 대북문제 해결 플러스요인될 것”

Posted June. 12, 2023 08:10,   

Updated June. 12, 202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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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먼저 (탈북)테이프를 끊느냐. ‘눈치 게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양상과도 같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북한의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즉 해외 파견 무역일꾼 등의 탈북 소식이 잇따르는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북한 정권의 혜택을 입어 온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과 망명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이들에 대한 정보당국의 물밑 움직임과 대응도 긴밀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럽 근무 북한 외교관, 블라디보스톡 용사관 잇딴 망명?”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등 유럽에서 근무 중인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보당국이 이들 일행을 안전하게 보호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고려항공 소속 무역대표부 일꾼 박모 씨의 아내 김모씨(43)와 아들 박모 군(15)이 실종됐다고 미국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수개월간 연금된 상태로 있다가 일주일에 하루 외출이 허락되는 시간을 이용해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봉쇄돼 한동안 주춤한 듯 하던 북한 인사들의 망명과 탈북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 북한 외교관 등의 탈북 망명 시도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엘리트층이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며 “북한에서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혜택을 보던 엘리트층이 탈북과 망명을 선택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도 굉장히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정권에 좌절감…암담한 미래에 탈북 결심”

유에서 일하는 북한 외교관의 탈북 또는 망명 소식이 표면화한 배경에는 국경 재개방 조짐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근 북한이 항공노선 재개, 북중 접경지역 관광 등으로 운을 띄우는 만큼 장기간 해외에 나와있던 ‘일꾼’들이 우선 소환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외국에 나와있던 중간 간부급 이상의 관료들은 혁신을 기대했던 김정은 정권에 대해 큰 좌절감을 맛봤고, 다시 돌아가자니 자녀들의 미래가 암담해 탈북을 결심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당초 체제 기율을 확립하기 위해 2년에 1번씩 본국으로 소환됐던 해외 일꾼들이 3년 넘게 바깥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가 소환 0순위가 되면서 현실 자각을 하게 됐다는 게 많은 정부 당국자와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경이 열리기 직전인 지금이 북한을 벗어날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이 탈북 결심을 부추기는 추세라고도 했다. 한 관계자는 “누군가가 사라지면, 해외 공관원들의 탈주를 막기 위한 감시와 단속이 철저해지므로 단 한 명, 한 가족만 이탈을 시도해도 그 후과는 남은 근무자들이 오롯이 감내해야 된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인사들은 ‘극심한 식량난을 걱정해 외교관이나 해외 파견 직원들이 탈북한다’는 지적에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해외에 나와 있다는 지위가 본국에 돌아가서 주린 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새로운 문물에 익숙해져서 퇴행적인 사회로 돌아가 후대들을 길러야 하는 데 대한 반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접한 데다 자녀 세대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게 더 나은 선택인지를 고심하게 되는 점이 더 근본적 이유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한국이 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하며 북한 내부의 경제난이 가중되고, 체제 모순을 절감한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 출범 뒤 북한 엘리트층과 주민들이 가졌던 (경제 발전 등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서 조금씩 북한 체제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조짐들이 있다”며 “김 위원장이 (관련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상태도 좋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jks@donga.com